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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섬망 증상, 정말 “나이 들어서 헷갈리는 것”일까요?

by 헬스멘토 J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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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평소에는 말도 또렷하고 멀쩡하시던 부모님이나 할머니·할아버지가 입원하고 난 뒤에 갑자기 사람을 못 알아보고, 밤마다 어디를 간다며 옷을 챙겨 입고,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요. 처음 보면 진짜 당황스럽고, “이제 치매가 온 건가…” 하는 생각부터 들죠.

그런데 이런 급격한 변화 뒤에는 흔히 ‘섬망 증상’이라는 상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망은 그냥 일시적인 혼란이 아니라,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해서, 알아두시면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섬망이란 무엇인가요? 쉽게 풀어보는 정의

섬망은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나타나는 의식·주의력·인지 기능의 변화 상태를 말합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 대화가 잘 안 통하고
  • 시간·장소·사람을 헷갈려 하고
  • 말과 행동이 들쭉날쭉 변하면서
  • 낮과 밤이 뒤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

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특히 병원에 입원한 고령 환자, 수술 직후 환자, 감염이나 중증 질환을 앓는 분들에서 섬망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입원 후 갑자기 이상해지는 느낌이라, 가족분들이 더 충격을 많이 받으시죠.


섬망 증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섬망의 핵심은 ‘주의력 저하’와 ‘정신 상태의 급격한 변화’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정말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섬망 증상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변 이야기에 집중을 못 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한다
  • 오늘 날짜, 요일, 여기가 어디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 낮에는 멀쩡해 보이다가 밤에만 증상이 심해진다
  •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보인다고 하거나,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 “간호사가 나를 해치려 한다” 같은 피해망상을 보인다
  • 말이 앞뒤가 안 맞고, 이야기 흐름이 자꾸 끊긴다
  • 잠을 거의 못 자고 밤새 깨어 있거나, 반대로 너무 졸려 보인다
  • 감정이 쉽게 요동쳐서 갑자기 화를 내거나, 갑자기 울컥한다

이 중 일부만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하루에도 괜찮았다가 나빠졌다가 계속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지켜보는 가족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럽게 느껴집니다.


과하게 들뜨거나, 반대로 너무 멍한 상태까지 – 섬망의 세 가지 유형

섬망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어요.

  1. 과다행동형 섬망
  • 초조하고 가만히 있지 못함
  • 침대에서 자꾸 내려오려고 함
  • 줄, 수액 라인, 카테터 등을 잡아당김
  • 목소리가 커지고 욕설, 시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함
  • 헛것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음
  1. 저하행동형(조용한 섬망)
  •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반응이 느림
  • 말수가 줄고, 묻는 말에 대답이 잘 안 나옴
  • 계속 졸린 듯이 눈이 반쯤 감겨 있음
  • 겉에서 보면 “피곤한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 쉬움
  1. 혼합형 섬망
  • 어떤 때는 과하게 흥분해 있다가
  •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 번갈아 나타남

많은 분들이 섬망 증상 하면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모습”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멍하고 조용한 섬망이 훨씬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그냥 피곤해 보인다고 넘기기보다는, 평소와 너무 다르다면 한 번쯤 섬망을 의심해 보는 게 좋습니다.


섬망과 치매, 뭐가 다를까요?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 ‘치매’일 거예요. 두 상태 모두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기니 비슷해 보이지만,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1. 시작 시점
  • 섬망: 몇 시간~며칠 사이에 갑자기 나타남
  • 치매: 몇 개월~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
  1. 하루 동안의 변동
  • 섬망: 오전에는 괜찮다가 밤에만 심해지는 등 하루에도 상태가 크게 출렁임
  • 치매: 단기간에 그렇게 심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경우는 비교적 적음
  1. 의식·주의력
  • 섬망: 멍한 상태, 졸음, 깨어 있음이 반복되고, 집중 자체가 잘 안 됨
  • 치매: 대체로 깨어 있고 의식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기억력과 판단력 등이 서서히 떨어짐
  1. 회복 가능성
  • 섬망: 원인을 찾고 제대로 치료하면 상당 부분 회복 가능
  •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건 가능하지만, 완전히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어려움

그래서 평소에는 대화가 잘 됐던 어르신이 입원 후 갑자기 헷갈려 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우선은 치매보다는 섬망을 먼저 떠올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섬망 증상의 원인, 우리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섬망은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뇌가 더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고 보시면 이해가 쉬워요. 그래서 섬망 증상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원인들을 정리해 보면,

  •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같은 급성 감염
  • 수술 후 회복 과정, 마취의 영향, 큰 출혈
  • 전해질 불균형, 탈수, 저나트륨혈증
  • 산소 부족(호흡기 질환, 심부전 등으로 인한 저산소증)
  • 수면제, 진통제, 특히 마약성 진통제나 일부 약물의 부작용
  • 알코올·약물 금단 상태
  • 오랜 기간의 수면 부족, 극심한 통증
  • 소음·불빛·낯선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

여기에 더해 섬망에 ‘취약한 체질’을 만드는 선행 요인들도 있습니다.

  • 나이가 많을수록 (특히 65세 이상)
  • 기존에 치매나 뇌질환이 있는 경우
  • 시력·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
  • 만성 신부전, 간질환, 심부전 등 기저질환
  • 영양 상태 불량, 탈수, 심한 체력 저하

결국 섬망은, 이미 여러 가지 부담을 안고 있던 뇌가 수술, 감염, 약물, 환경 변화 같은 추가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현실적인 신호들

실제로 여러분이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을 몇 가지 짚어볼게요.

  • 어제까지만 해도 말이 통했는데, 오늘은 눈빛이 멍하고 말도 엉뚱하다
  • 병원을 집이나 회사로 착각하고 “출근해야 해”, “집에 가야지”라고 한다
  • 가족을 잘 못 알아보고, 이름을 자꾸 헷갈려 한다
  • 없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벌레·동물·사람이 보인다고 한다
  • 밤마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 한다고 의심한다
  • 원래 말 많고 활발한 분이 갑자기 말수가 확 줄고, 반응도 느려진다
  • 밥을 잘 드시던 분이 갑자기 식사량이 뚝 떨어진다
  • 이상하게 잠을 너무 못 자거나, 반대로 하루 종일 잠만 자려 한다

이런 변화가 며칠~몇 달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눈에 띄게 변했다면 섬망 증상을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합니다.


왜 위험할까? 섬망은 ‘몸이 보내는 경고등’

섬망 증상이 무서운 이유는, 이게 단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를 넘어, 몸 어딘가에 큰 문제가 터졌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폐렴이나 감염이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 수술 후 합병증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일 수도 있으며
  • 전해질 이상, 저산소증, 약물 부작용 등 긴급히 손봐야 할 상황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섬망 증상이 보일 때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을 진정시키는 것”보다
“왜 섬망이 생겼는지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진정제를 써서 당장 조용해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후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거든요. 섬망은 몸 전체 상태를 다시 점검해 달라는 경고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족과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대처법

물론 섬망 증상은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가족과 보호자가 도울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1. 의료진에게 빠르게 알리기
  • “밤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집에 간다고 나가려고 한다”,
    “평소와 너무 다르게 행동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 원래 성격, 기존 치매 여부, 평소 기억력 상태 등을 함께 이야기해 주면 더 도움이 됩니다.
  1.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 낮에는 너무 어둡지 않게, 밤에는 너무 환하지 않게 조절해서 밤낮의 구분을 만들어 주세요.
  • 시계, 달력, 가족 사진 등을 잘 보이는 곳에 두어 시간·장소·사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세요.
  • 불필요한 소음이나 잦은 자리 이동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1. 말 걸 때의 요령
  •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을 걸기보다, 한 사람이 눈을 맞추고 천천히, 짧게 이야기해 주세요.
  • “지금은 병원이에요”, “오늘은 ○월 ○일이에요”처럼 반복해서 부드럽게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많이 불안하시죠, 무서울 수 있어요”처럼 감정을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기본적인 보조기구 챙기기
  • 안경, 보청기, 틀니 등은 반드시 착용하게 도와주세요.
  • 시야와 청력이 선명해지면 주변 인식이 좋아지고 혼란이 줄어듭니다.
  1. 안전 확보
  • 침대 난간을 올려두고, 미끄러운 물건을 치워 낙상 위험을 줄이기
  • 줄, 수액, 카테터 등을 스스로 건드리지 않도록 의료진과 상의하기

이 모든 과정은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함께 팀처럼 움직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섬망, 예방은 가능할까?

완전히 0%로 막을 수는 없지만, 섬망 위험을 줄이는 방법들은 꽤 잘 알려져 있어요.

  • 고령 환자가 입원했다면, 수분과 영양 상태를 잘 챙겨주기
  • 꼭 필요하지 않은 수면제, 강한 진통제 사용을 최소화하기
  • 낮에는 가능한 범위에서 가볍게 움직이고, 밤에는 충분히 잘 수 있는 환경 만들기
  • 통증, 변비, 소변 문제, 탈수 같은 작은 불편도 바로바로 의료진에게 알리기
  • 안경·보청기·틀니 등으로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기

특히 수술을 앞둔 어르신이라면, 섬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리 알고 수술 전후에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신경 써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한 행동”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

섬망 증상은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그 뒤에는 “나는 지금 너무 힘들다”라는 몸의 외침이 숨어 있습니다.

여러분 가까이에 계신 누군가가 갑자기 헷갈려 하고,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봐 주세요.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가 아니라
“어디가 얼마나 힘들기에 저런 모습으로 표현이 될까?” 하고요.

 

물론 이 글은 정보를 드리기 위한 설명일 뿐이고, 실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의 영역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섬망 증상을 조금 더 일찍 알아채고, “이건 섬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실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혼자 걱정만 하지 마시고, 꼭 병원이나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보시길 바랍니다.
섬망은 무섭지만, 조기에 알아보고 제대로 대응하면 분명히 도와줄 수 있는 상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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