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야모야병, 처음 들어보면 이름부터 낯설고 조금 무섭게 느껴지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건강검진이나 뇌 MRI·MRA를 찍었다가 갑자기 “모야모야병 의심 소견이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온갖 걱정이 밀려오죠. 오늘은 여러분께 모야모야병이 어떤 병인지, 어떤 증상과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치료와 관리까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모야모야병이란? 이름 속에 숨은 의미
모야모야병은 뇌 안의 중요한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막혀가는 희귀 뇌혈관 질환입니다. 특히 양쪽 내경동맥 말단부와 그에서 가지를 치는 앞·가운데 대뇌동맥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러다 보니 뇌는 살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데, 그 과정에서 아주 가느다란 혈관들이 주변에 잔뜩 생겨납니다.
이 가느다란 혈관들이 뇌혈관 조영술에서 보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일본어로 흐릿한 연기를 ‘모야모야’라고 부르는 데서 모야모야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뇌혈관 질환이라, 한국에서도 모야모야병 환자는 적지 않은 편입니다.
왜 생길까? 유전과 혈관의 복합적인 문제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거죠.
“제가 뭘 잘못해서 이런 병이 생긴 건가요?”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 놓고 보면, 모야모야병은 생활습관 하나로만 설명되는 병은 아닙니다. 몇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첫째, 유전적 요인입니다. 동아시아 사람들에게서 모야모야병이 많고, 가족 중에 2명 이상 발병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RNF213 등)의 변이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도 있어서, 타고난 혈관 체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어요.
둘째, 뇌혈관 벽 자체의 구조적 이상입니다. 모야모야병 환자의 뇌혈관을 현미경으로 보면 혈관 안쪽 내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혈관을 이루는 세포들이 과하게 증식해 있습니다. 이 변화가 진행되면서 혈관 내 지름이 점점 더 좁아지고, 결국 혈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되죠.
셋째, 염증과 면역 반응, 환경적인 영향입니다. 아직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염증 물질이나 면역 반응이 혈관벽을 자극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모야모야병은 ‘내가 뭘 잘못해서 생긴 병’이라기보다는, 유전적 요인과 혈관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가깝습니다.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야모야병의 핵심은 “큰 혈관은 막히고, 그 자리를 작은 혈관들이 대신 메운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경동맥 말단과 그 가지들이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뇌에 가는 피가 부족해지면서 뇌허혈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뇌는 살기 위해 주변의 작은 혈관들을 발달시키거나 새로운 우회 혈관을 만들어냅니다. 이게 바로 모야모야병에서 보이는 ‘연기 같은’ 모양의 혈관들이에요.
문제는 이 혈관들이 굉장히 가늘고 약하다는 점입니다. 한편으로는 부족한 혈류를 메꿔주는 고마운 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모야모야병 증상: 나이에 따라 다른 양상
모야모야병 증상은 나이,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모야모야병 증상’이라고 한 줄로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린이에게서 흔한 증상
어린이 모야모야병은 주로 허혈성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 한쪽 팔·다리가 갑자기 힘이 빠졌다가 잠시 후 회복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
•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지는 증상
• 실제 뇌경색이 생겨 한쪽 마비나 언어장애, 시야 장애가 남는 경우 - 뜨거운 목욕 후, 격하게 울거나 심하게 과호흡할 때 증상이 더 도드라질 수 있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왜 특정 상황에서만 이상해지지?” 하고 헷갈리기 쉽습니다.
- 성인에게서 흔한 증상
성인 모야모야병은 뇌출혈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약한 모야모야 혈관이 터지면서 뇌출혈이 생기면,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한쪽 마비, 의식 저하 등으로 응급실에 오게 되죠.
물론 성인에서도 허혈성 뇌졸중이나 일과성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두통, 어지럼, 집중력 저하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만 반복될 때도 있습니다. - 아무 증상 없는 ‘우연 발견형’
건강검진에서 MRI·MRA를 찍었다가 우연히 모야모야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난 멀쩡한데, 그냥 놔둬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기죠. 증상이 없더라도 뇌혈류가 매우 부족하거나, 앞으로 뇌졸중 위험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함께 장기적인 관찰·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진단할까? 피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병
모야모야병은 피 한 번 뽑는다고 확진되는 병이 아닙니다. 뇌혈관을 직접 보는 영상 검사들이 필수적이에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MRI·MRA입니다. 이 검사로 뇌 속에 과거에 있었던 뇌경색 흔적이 있는지, 내경동맥과 대뇌동맥들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기저부에 특징적인 모야모야 혈관들이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CT 혈관조영을 함께 시행하기도 하고, 보다 정교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 디지털 뇌혈관 조영술(DSA)을 통해 세밀하게 혈관 모양을 확인합니다.
또한, 단순히 ‘좁아졌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뇌혈류 검사(SPECT, PET 등)를 통해 각 부위가 얼마나 피를 받고 있는지, 예비 혈류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평가합니다. 이런 정보들이 모야모야병 수술 여부, 수술 시기, 방법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치료와 수술: 모야모야병은 어떻게 관리할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어보세요.
“약을 잘 먹으면 자연스럽게 나아지나요? 꼭 수술해야 하나요?”
현재 기준으로, 모야모야병의 근본적인 진행을 약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방향은 “뇌로 가는 피길을 new로 만들어주거나 넓혀주고, 앞으로의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 재혈관화 수술(우회술)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 바로 뇌혈류를 확보해 주는 재혈관화 수술입니다.
• 직접 우회술: 두피 쪽 혈관(측두동맥 등)과 뇌 표면 혈관을 직접 이어주는 방법
• 간접 우회술: 혈관이 풍부한 조직을 뇌 표면에 덮어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유도하는 방법
• 두 가지를 동시에 시행하는 복합술 - 이 수술을 통해 뇌로 가는 새로운 우회도로를 만들어주면,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뇌 상태에 따라 수술의 필요성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영상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가 함께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약물치료와 전신 관리
항혈소판제(아스피린 등)를 복용해서 혈전이 생길 가능성을 조금 낮추는 방법이 쓰이기도 합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도 뇌혈관 전체의 건강을 위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약만 먹고 수술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모야모야병 증상, 뇌혈류 상태, 나이, 이미 발생한 뇌손상 정도를 종합해, 장기적인 뇌졸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게 핵심이에요.
일상생활에서 신경 써야 할 점들
모야모야병은 한 번 수술했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뇌혈관 질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신경 쓸 부분들도 몇 가지 있습니다.
- 갑작스러운 탈수, 심한 과호흡, 과도한 과격 운동처럼 뇌혈류를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극단적인 다이어트, 금식 등도 뇌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조절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 두통 양상이 갑자기 변한다든지, 말이 꼬이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좀 지켜볼까?” 하지 마시고 바로 응급실을 찾으셔야 합니다. 이런 순간들이 뇌졸중의 전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기적인 MRI·MRA, 뇌혈류 검사를 통해 상태 변화를 체크하고, 의료진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은 여러분께
모야모야병이라는 진단을 처음 들으면 ‘희귀병’, ‘뇌졸중 위험’, ‘수술’ 같은 단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모야모야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모 입장에서는 “앞으로 아이의 삶은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되는 사례가 늘었고, 뇌혈관 수술과 마취, 수술 후 관리도 크게 발전해서, 학교 생활·직장 생활을 잘 이어가면서 지내는 모야모야병 환자분들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인터넷 정보만으로 혼자 판단하지 않고, 뇌혈관을 잘 보는 병원에서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받는 것입니다.
모야모야병은 분명 가볍게 볼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뇌혈관 상태, 나이, 현재 증상, 뇌혈류 예비능을 면밀히 평가하고, 재혈관화 수술과 약물치료, 생활 관리를 함께 조합한다면,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일상적인 삶을 이어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나 가족 중 한 분이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으셨다면, 스스로를 지나치게 탓하기보다는 “이 병을 이해하고, 내 몸과 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의학도 여러분을 돕기 위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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